점심시간 13:00 ~ 14 :30
031-977-5568
당뇨 환자 절반이 겪는 '말초신경병증'..."발 감각 잃기 전에 혈당 잡아야"
당뇨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분비나 기능에 문제가 생겨 혈당이 높아지는 대사 질환이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난다. 실제로 당뇨 환자의 약 50%가 이 합병증을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나면 밤에 발이 화끈거려 잠을 설치거나, 부드러운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반대로 아예 감각을 잃어 발에 상처가 생겨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발생한 상처를 방치하면 궤양으로 발전하고, 심한 경우 절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무엇이며 발생 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내분비대사내과 박상준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와 함께 알아본다.
당뇨 환자 2명 중 1명이 겪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당뇨 합병증 중 하나로,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되면서 말초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손끝·발끝 등 말초신경계에 많이 나타나며, 당뇨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한다. 당뇨를 처음 진단받은 시점에는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한 환자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생률은 급격히 높아져 10년 후에는 40~50%까지 치솟는다.
고혈당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면 신체 말단의 말초 신경에 이르는 경로가 여러 방식으로 동시에 손상되기 시작한다. 먼저 넘쳐나는 포도당이 혈관 벽에 달라붙어 '최종당화산물(AGE)'을 만들고, 이 물질이 신경으로 향하는 모세혈관을 좁혀 혈류 공급을 차단한다. 이와 함께 처리되지 못한 과잉 포도당이 신경세포 안에 독성 부산물을 축적시켜 세포를 손상시키고, 고혈당은 신경 신호를 보호·전달하는 슈반세포(Schwann cell)를 파괴해 신경 신호 전달 자체를 망가뜨린다.
박상준 교수는 "혈관 손상, 대사 독성물 축적, 슈반세포 파괴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면 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이 더 이상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며 "결국 신경세포와 슈반세포가 사멸하면서 말초신경이 손상되고, 환자는 발끝부터 서서히 감각을 잃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치기만 해도 아픈 '당뇨발'...방치하면 절단까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면 감각신경·자율신경·운동신경 등 다양한 신경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난다. 발 저림, 감각 이상, 무감각, 심한 통증, 근육 마비 등이 대표적이며, 화끈거리고 저린 느낌이나 부드러운 것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는 이상 감각도 흔하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통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이상이 생겨도 환자 스스로 감지하기 어려워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박상준 교수는 "감각신경이 손상되면 발에 반복적인 외상이 가해져도 느끼지 못하고, 자율신경 손상은 발의 발한 기능을 떨어뜨려 피부 건조와 균열을 유발한다"며 "운동신경 손상은 족부 변형과 비정상적인 압력 분포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건이 겹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궤양이 형성되고 감염으로 진행되는 당뇨병성 족부궤양, 이른바 '당뇨발'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발은 단순한 상처로 끝나지 않는다. 당뇨 환자의 19~34%가 생애 한 번은 족부궤양을 경험하고, 그중 61%가 감염으로 이어진다. 감염된 족부궤양 환자의 15%는 절단이 필요하며, 5년 사망률은 50~68%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모든 당뇨 환자는 최소 연 1회 족부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과 예방에 힘써야 한다.
근본 치료는 '혈당 조절'...통증에는 약물 병행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혈당을 정상 범위로 낮추고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박상준 교수는 "제1형 당뇨는 집중적인 혈당 관리로 신경병증 발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며 "제2형 당뇨라면 여기서 더 나아가 생활습관 개선, 체중 감량,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까지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인 경우에는 혈당이 조절되더라도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이때는 프레가발린, 가바펜틴, 둘록세틴, 아미트리프틸린 등의 약물로 통증을 조절하는데, 이 약물들은 통증 완화가 목적이며 손상된 감각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현재까지 말초신경병증의 경과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치료제는 없다. 한번 손상된 신경은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혈당 관리가 중단되면 신경병증이 다시 진행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혈당 관리가 무엇보다 우선된다.
손발 보호·정기 검진으로 합병증 예방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오랜 기간 혈당 관리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IWGDF(국제당뇨발연맹) 2023 가이드라인은 모든 당뇨 환자에게 최소 연 1회 족부 검진을, 족부궤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3개월마다 검진을 권장한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위험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고 피부 손상 초기 징후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발 관리도 빠뜨릴 수 없다. 매일 발 상태를 점검하고, 보습제를 발라 피부 건조와 균열을 예방하되 습기가 차기 쉬운 발가락 사이는 바르지 않는다. 외출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뒤 장갑과 양말로 보호한다. 맨발 보행은 피하고, 신발을 신기 전 이물질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감각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열을 느끼지 못해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난로나 전기장판 등 온열기구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상준 교수는 "혈당 조절과 함께 혈압, 체중, 비타민 B12 결핍 관리도 병행해야 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이 신경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저림·통증·화끈거림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가 적극적으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조기 진단의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